조선세기 400년만에 햇빛


                                        게시판156번글:고열가님제보   
경향신문 2001.7.12일자22면 (문화면)

중국 역사서 가운데 유일하게 단군조선의 실체를 인정한 16~17세기 문헌인 ‘조선세기(朝鮮世紀)’(오명제 지음)가 처음 발견됐다. 이 책은 조선 영조때 편찬됐다가 고종때 중간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의 ‘역대서적’조에 제목만 전해져 왔다.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은 11일 “10여년전 대만 중정기념도서관에서 가져온 자료를 최근 정리하다가 ‘조선세기’를 발견해 책으로 내게 됐다”고 밝혔다. 심원장은 “한국사를 중국사에 종속시키려는 기존 역사서와 달리 ‘조선세기’는 단군조선부터 이조초기까지의 우리 역사를 편견없이 객관적, 체계적으로 서술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세기’는 특히 단군조선·기자조선·위만조선 등 삼조선의 역사를 차례로 소개해 위만조선부터 다룬 사마천의 ‘사기’나 기자조선 이후만을 인정하는 대부분의 중국역사서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또 단군왕조의 시작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도 곰이 사람으로 변했다는 신화적 내용 대신 ‘가화합(假化合)을 이뤘다’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요임금 취임 25년인 무진년, 단군왕검이 도읍을 세운 태백산이 중국 요녕성에 걸쳐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 역사상 중요한 문물·제도를 다룬 ‘증보문헌비고’는 전겸익(錢謙益)의 시에 달린 주석에서 “동원시(東援時·임진왜란 파병당시) 참군(參軍)을 지냈던 명나라 사람 오명제(吳明濟)가 지은 책이지만 권(卷)·질(帙)은 알 수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은 지 400여년만에 빛을 본 이 책은 상·하권, 80쪽 분량의 필사본으로 돼있다.

심원장은 “우리 상고사학계가 단군조선의 실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중국인이 단군조선을 사실로 받아들였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단군조선뿐 아니라 삼한 및 삼국의 위치·계통 등을 자세히 언급해 사대사관·식민사관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데 큰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정기자 yjhan@kyun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