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토론회 발표논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장   허    권
                                                                   ICOMOS-Korea 집행위원

I. 여는 말

    1995년 12월 6일 오전, 독일 베를린 세계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1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경판전, 종묘 등 3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world heritage)으로 등재된 이후 한국은 지금까지 2차례의 추가작업을 통해 4점 ( 화성, 창덕궁, 고인돌군, 경주역사지구)을 등재시켜 모두 7점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유산협약에 의거 유네스코는 현재(2003년 12월 기준)까지 129개국의 754점 (문화 582개, 자연 149개, 혼합 23개)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켰다.

   북한은 1998년 세계유산협약에 조인한 이래 아직까지 세계유산을 보유치 못하고 있다. 단지 2000년 5월, 7개의 잠정목록을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상태이다 (문화유산: 고구려 벽화고분, 평양 유적, 개성 유적, 자연유산: 구장 동굴, 칠보산,  혼합유산: 묘향산, 금강산). 북한은 이중 첫 번째로 고구려 고분군 Complex of the Koguryo Tombs in DPRK의 신청서를 2002년 1월15일자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정식 제출하였고 동 건은 지난 2003년 6월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27차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에서 ICOMOS의 지적사항을 받아 이의 보완 후 차기 회의(중국 소주, 2004.  6.)에 재상정하는 조건으로 반려된 바 있다.  

II. 세계유산협약의 제정 배경 : 보존의 당위성

II-1. 구속력을 지닌 국제협약의 제정

   오늘날 지구상의 수많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이는 종족간, 국가간 물리적인 충돌과 전쟁뿐 아니라 환경오염, 자연재앙 및 자원의 무차별적인 이용으로 미래에 전수시킬 유산의 보호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는 “유산의 보호와 개발”이라는 상충된 이해관계 속에서 수많은 유산들이 손상되고 있으며 문화생활의 증진이라는 명목 하에 산업화되고 있는 관광에 의해서도 적지 않은 유산들이 훼손, 손상, 파괴되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화 및 자연유산을 파괴로부터의 위험에서 항구적으로 보존하고 이를 미래에 전수시킬 목적으로 국제적인 구속력을 갖춘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이러한 배경을 띠고 제정된 협약이 1972년 유네스코가 채택하고 1975년부터 발효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일명 “세계유산협약”)이다.

   많은 보존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상당수의 유산이 파괴되고 있는 주된 원인으로 자연이라는 물리적인 파괴보다는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파괴를 주범으로 지적하고 있다. 공공 기관에 의한 개발 정책이나 도시개발사업 등을 통해 그리고 관광과 같이 상업적인 동기로 인해 많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손상되고 나아가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 한 번 파괴된 유산의 원형복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캄보디아의 국보급 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는 전쟁으로 수많은 석상들이 잘려져 원형을 회복하기가 어렵고 오랜 기간동안 방치한 결과, 석재 주위에는 잡목들이 우거져 석재들이 파괴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 일본, 인도 그리고 국제 전문가들이 이 곳에서 과학적인 조사방법과 보존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으나 원형으로의 회복에는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예는 지구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전 세계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그 동안 유네스코가 제정한 협약은 모두 5개가 있으며 이에 따른 권고안은 8개에 이른다. 위에 언급한 “세계유산협약” 이외에 전쟁 중 혹은 무력 충돌시 문화재를 보호하는 원칙과 방향을 규정한 “전시 문화재 보호협약” (1954년, 일명 헤이그 협약),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금지에 관한 협약” (1970년), “수중문화재 보호협약” (2001) 및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2003) 등이다. 위 유네스코 협약 중 “전시 문화재 보호협약”,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에 관한 협약”, “수중문화재 보호협약”은 회원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관계로 많은 회원국이 가입하지 않고 있으나 “세계유산협약”에는 현재 177개 국가가 가입하고 있어 가장 많은 국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협약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1988년 이 협약에 가입하였고 북한은 훨씬 늦은 1998년에 가입하였다.

II-2. 협약의 특징

   “세계유산협약”은 다른 문화관련 국제협약과 달리 몇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정치 경제적 관계에서 탄생되는 여타 협약과는 달리 비정치적이고 순수한 문화적 성격을 띠고 출발한 “세계유산협약”은 문화유산과 함께 자연유산을 더불어 보호하는 최초의 국제협약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대다수 국가들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별개의 유산으로 보아 각기 독립적으로 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왔으나 이 협약의 제정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동일한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전시 문화재 보호협약”이나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에 관한 협약”은 그 중요성에 비해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나 실천방안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유산협약”은 전 세계 인류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유산에 대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이며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즉, 세계유산위원회 World Heritage Committee를 구성하고 유산보호에 필요한 기금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와 관련된 전문기구와의 구체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후진국을 위한 인적, 물적 지원사업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인류 역사상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문화 및 자연유산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이를 보호케 하는 실천적 강제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보존의 위험이 예견되거나 파괴가 신속히 진전될 경우 이를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별도 관리하거나 심각한 훼손이 지속될 경우 해당 유산을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다.

   넷째,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록된다는 것은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에 따라 전 세계 인류의 공동자산으로 등록되어 보존,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계유산은 그 유산이 존재하는 나라의 주권이 충분히 존중되고 또 국내법이 정한 재산권을 해치지 않지만 이 유산이 세계인류 공동의 유산이며 그 유산의 보호에 협력하는 것이 국제사회 전체의 의무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III. 문화유산의 정의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는 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와 자연유산의 성격이 혼재된 혼합유산 등 3가지의 유형이 있다. “세계유산협약”의 제1조와 제2조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서로 분리시킬 수 없는 개념이다. 자연의 변화, 환경 속에서 인간은 다양한 가치와 생활양식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분리하여 보는 이분법적인 구분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때 무의미한 개념으로 받아지고 있다.

   가. 문화유산의 정의

     “세계유산협약”은 기념물, 건조물군, 유적지 등 세 개의 영역을 문화유산으로 국한시키고 있으며 이 범주에 속하는 유산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유산 중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별도로 마련한 선정기준 중 하나 이상에 부합되어야 한다.

      ㅇ기념물 : 건축물, 기념적 의의를 갖고 있는 조각 및 회화, 고고학적 성격을 띠고 있는 유물 및 구조물, 금석문, 혈거 유적지 및 혼합유                       적지 중 역사, 예술 및 학문적으로 현저한 세계적 가치를 갖는 있는 유산
      ㅇ건조물군 : 독립된 또는 연속된 구조물들, 그의 건축성, 균질성 또는 풍경 안의 위치로부터 역사상, 미술상 현저한 가치를 갖고 있는                           유산
      ㅇ유적지 : 인공의 소산 또는 인공과 자연의 결합의 소산 및 고고학적 유적을 포함한 구역에서 역사상, 관상상, 민족학상 또는 인류학                       상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는 유산

   나. 선정 기준

      위의 범주에 속하는 문화유산은 아래의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는 조건이 있을 경우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다.

     I.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으로 이룩된 걸작품을 대표하는 유산
    II. 전세계 문화사적으로 건축, 장식예술, 도시계획, 조경 등 분야에서 인류가치의 중요한 교류현상을 보여주는 유산
   III. 현재 존재하거나 사라져 버린 문명 또는 문화전통에 관한 독특하고 예외적인 증거가 되는 유산
   IV. 인류역사의 발달단계를 보여주는 뛰어난 유형의 건축물이나 건조물 집합체 또는 조경 유산
   V. 뛰어난 유형의 전통 인간거주지 또는 급격한 변화로 파괴의 위험에 직면한 문화의 대표적 유산으로 토지에 기반을 둔 유산
   VI. 행사, 생활전통, 사상, 종교, 세계적으로 우수한 예술 및 문학작품에 직접적이거나 가시적으로 관련이 있는 유산 (이 기준          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인정되고 있으며 적어도 문화  및 자연유산의 선정기준 중 다른 기준과 함께 부합될 때 인정됨)

위의 선정기준에 따라 해당 문화유산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은 유산의 authenticity, integrity, 유산보존관리 능력, 지역사회의 참여도, 모니터링 수행능력이 입증되어야 한다.  

IV. 기구 및 조직

IV-1.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협약”은 그 주요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협약 가입국 중 21개국을 선출하여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를 구성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정부간 위원회의 성격으로 출발한 이 위원회는 1975년 설치되었고 현재 유네스코의 문화사업국에 소속되어 있으나 사실상 별도의 행정 및 재정권을 가지는 독립기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임기 6년의 이사국들은 세계유산의 선정과 세계유산기금의 사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매 2년마다 7개국씩 교체된다. 현재 이사국으로는 아르헨티나, 중국, 콜롬비아, 이집트, 레바논, 나이제리아, 오만, 포루투칼, 러시아, 세인트루시아, 남아공화국, 영국 (이상 2005년 11월까지 임기만료), 칠레, 인도 쿠웨이트, 뉴질랜드(이상 2007년), 베닌, 일본,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노르웨이(이상 2009년)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목적은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될 유산을 심의 결정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공포하며 세계유산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승인하며 위험에 처한 유산의 집중적인 보호관리를 담당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매 6월중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필요할 경우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정기총회에 제출되는 안건들은 사전 심의를 거쳐 상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위해 이 위원회의 의장, 부의장 등 7개국의 대표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구성되고 있으며 이 집행위는 매년 2번의 회의를 갖도록 되어 있다. (의장국: 중국, 부의장국: 아르헨티나, 나이제리아, 오만, 세인트루시아, 영국, 기록: 남아공화국)

   이 WHCommittee가 전 세계에 산재된 주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유산이 가지고 있는 성격, 문화적 의미, 세계사적인 중요성, 파괴의 위험도를 상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 학술기관과의 협력 그리고 자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WHCommittee는 3개의 주요 기관과 자문 및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 기관들은 WHCommittee 회의 및 세계유산협약 회원국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전문적인 의견을 발표하거나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며 후진국의 유산이나 파괴에 직면한 유산의 긴급복구, 그리고 회원국의 유산 보호 및 정책수립에 따른 자문에 응하고 있다.

IV-2. 세계유산센터

   “세계유산협약”에 명시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유네스코이다. 따라서 유네스코는 산하에 1992년 “세계유산센터 WHCenter”를 설치하고 이 센터로 하여금 협약에 명시된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행정 및 지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IV-3. 협약 자문기구: ICOMOS, ICCROM, IUCN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와 “국제문화재보전 및 복원연구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the Study of the Preservation and Restoration of Cultural Property, ICCROM)가 있다. 우선 ICOMOS는 1965년 창설된 국제 비정부기구로 파리에 사무처가 있으며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될 문화유산선정과 관련된 제반 업무 및 기타 전문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ICCROM은 로마에 있다 하여 일명 “로마 센터”라고 불리고도 있는데 1956년 유네스코에 의해 창설된 국제 정부간 기구로 주로 문화재의 보존 및 교육 훈련을 돕고 있다. 이 두 기관은 WHCommittee의 문화유산과 관련된 사업의 기술적이고 학문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기관들이다. 자연유산과 관련되어서는 1948년 유네스코에 의해 창설된 “국제자연자원보존연맹”(World Conservation Union, IUCN)이 있다. 현재 스위스 그란드에 사무처를 가지고 있는 이 기구는 자연유산의 선정과 보존에 따른 자문을 하고 있다.

V. 유산목록

   “세계유산협약” 제11조에 따라 WHCommittee가 관리하고 있는 목록은 아래와 같다.

  가. 잠정목록 (Tentative List)

     잠정목록은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기 전, 각 회원국가가 관할영역에 속해 있는 문화 및 자연유산 중 문화인류학적, 그리고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큰 유산을 미리 정해 이를 WHCommittee에 제출한 예비목록을 말한다. 이 목록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협약 가입국의 희망 목록일 뿐이다. 이 목록은 해당 유산의 소재지 및 중요 가치에 관한 기초 자료를 담고 있다.
    
  나. 세계유산 목록(World Heritage List)

     각국이 제출한 잠정목록 중에서 가입국가가 정식으로 세계유산으로의 등재를 요청한 유산 중 협약에 근거한 절차를 거쳐 WHCommittee 정기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승인된 유산들의 목록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경우처럼 인류 유산이 파괴, 손상위험에 그대로 방치되거나 해당국가가 유산신청의 의지가 전혀 없을 경우, WHCommittee 독단으로 비상 세계유산 등록을 강행할 수 있다.

  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List of World Heritage in Danger)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이란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 중 세계유산협약 11조 4항에 의거, 자연적 환경의 변화나 인위적인 이유로 보존의 위기에 처한 유산만을 별도로 작성한 목록이다. 현재 35점이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계곡 유적,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단 Danger list에 등록되면 그 보존상태와 처리조치에 대해 매년 WHCommittee에서 보고심의 받게 되어 있다.

     문화유산의 경우, 다음 요소가 중요 판단 기준이 된다.
      ㅇ확실한 위험
        1) 재질의 심각한 파손
        2) 구조물 혹은 장식물의 심각한 파손
        3) 건축 혹은 도시계획상 심각한 파괴
        4) 주변 공간 및 자연환경의 심각한 파괴
        5) 역사적 정통성의 심각한 손실
        6) 문화적 중요성의 중대 손실

      ㅇ예상 위험
        1) 유산보호에 영향을 끼치는 법률적 상황의 변화
        2) 보존정책의 결여
        3) 지역개발정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
        4) 도시계획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
        5) 지질, 기후 등 기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일반적인 변화
  
VI. 세계유산 등록절차

   협약가입국은 협약이 정의한 기준에 따라 자국의 문화 및 자연유산을 등재하고자 할 때에는 신청서와 함께 사진, 슬라이드, 비디오 필름 등 관련 부속자료를 WHCentre에 제출하여야 한다.

1) 1차년도  9월30일: 신청서 잠정안(draft nomination)을 WHCentre에 제출
2) 1차년도 11월15일: WHCentre의 잠정안 검토완료 및 보완요구
3) 2차년도  2월1일: 정식 신청서를 WHCentre에 제출
4) 2차년도  2월1일-3월: 서류상 적격한 신청서를 ICOMOS, IUCN에 이첩
5) 2차년도  5월1일: ICOMOS, IUCN에서 요구한 추가보완자료 및 정보의 1차 마감일
6) 2차년도  5월-12월: ICOMOS, IUCN의 정밀심사, 현지실사 실시 및 보고서 작성; 필요시 제출국가에 추가 보완자료를 요청
7) 2차년도 12월1일: 추가 보완자료의 2차 마감일
8) 2차년도 12월 - 3차년도 3월: 유산 적격성을 판단하는 내부회의
          - recommended for inscription
   - not recommended
          - deferral/ referral
9) 3차년도  4월-5월: 신청국, WHCommittee 이사국에 6주전에 서류배포
     10) 3차년도  6월: WHCommittee 회의 심사
          - inscription; no inscription; deferral; referral

VII. 세계유산기금의 지원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은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1976년에 설립되었다. 이 기금은 유산파괴의 원인을 규명하여 해결하고, 보전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전문가 연구, 보존, 혁신, 기술개발에 관한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유산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장비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원조와 기술협력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세계유산기금이 지원되는 사업을 성격별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예비지원 : 세계유산목록에 추천하기 위한 준비, 훈련과정에 관련된 사업
   - 긴급지원 : 지진, 산사태, 화재,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부터 세계유산 또는 등록예정 유산이 심한 손상과 위협을 받았을 경우
   - 훈    련 : 유산보호, 보전, 복원 등 분야의 전문인력 훈련
   - 기술협력 : 가장 많이 이용되는 형태의 지원으로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유산보호 문제 연구, 복구사업을 위한 전문가, 기술자 지원, 장비제공 등에 충당. 저리 또는 무이자 차관도 가능

   세계유산기금은 협약가입국의 의무적 분담금(해당국 유네스코 분담금의 1%), 자발적 기부금, 기타 국가 또는 국제사회의 유산보호 증진활동에서 나오는 기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북한은 이 유산기금의 일부를 지원받아 그동안 신청서 작성, 관계자의 훈련, 자료의 번역 및 발간사업을 추진하였다. 한국도 일부 예산을 지원받아 주로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회의를 개최하였다.
       
VIII. “세계유산협약”의 문제점과 향후과제

   “세계유산협약”은 비록 문화 및 자연유산을 함께 보호하는 진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문화유산은 특히 부동산 유형문화유산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제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성, 문화성, 예술성을 논의할 때 유형문화유산 뿐 아니라 무형문화유산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민속, 축제, 구비전승, 생활양식, 공예와 함께 춤, 음악과 같은 공연예술도 중요한 문화전통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떤 민족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이 그 나라의 문화 정통성을 이해하는데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후진국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따라서 “세계유산협약”은 이러한 일부 국가의 특수성 그리고 무형문화유산 혹은 무형적 가치가 존중되는 유산을 반영해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협약가입국은 문화유산을 통한 홍보 및 관광 진흥 등 다 목적적 이유로 세계유산목록에 많은 유산을 올리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하고 많은 유형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리고 세계유산목록에 많은 유산을 등재시키는 것으로 그 민족과 국가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진다는 실적위주의 사고가 팽배하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문화유산의 보호는 달성되기 어렵다. 따라서 “세계유산협약”은 제12조에 비록 세계유산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여타 유산이 세계유산목록에 포함된 유산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 가치를 가지지 않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늘날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많은 유형문화유산을 등록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 북미지역의 문화자연유산이 세계유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세계유산협약”이 주로 유럽과 선진국 중심의 시각에서 제정되었다는 일부 국가의 지적을 면키 어려운 점이다. 비록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이 29점, 인도가 24점의 유산을 등재시키고 있으나 이들 지역이 인류 고대문명 발상지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지역별 분포가 주로 유럽지역(376점, 등재총수의 50%)에 치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유산의 등재에는 기초 자료로 항공사진, 도면, 참고자료 등 많은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하여 제출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준비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은 예산상, 기술상 등 여러 이유로 많은 유산을 등재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유산목록에 올라간 유산을 보면 다양한 계층의 문화유산이 올라가 있지 못함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WHCommittee는 문화유산의 범주에 문화경관 (cultural landscape)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에는 일반 시민들의 문화도 역사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반영된 문화유산의 경우, 과거 왕조나 제국 등의 지배층이 건설한 문화유적지가 태반이다. 일반시민들이 창출하고 유지해 온 문화유산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WHCommittee는 유산의 범주 안에 예술적, 역사적 측면만 아니라 생활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조경, 운하와 같은 가공의 시설물과 초기 산업 발전사를 알 수 있는 공장 지대, 철도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한 마디로 “세계유산협약”은 문화 유적지를 국가적, 시대적으로 균등하게 지정한다는 요구에서 다양한 문화 향유층이 남겨둔 유산도 균등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세계유산목록에 올라가 있는 유산을 보면 주로 문화유산이 많이 등재되어 있고 자연유산은 상대적으로 적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각국에서 유산등재를 할 때 자연유산 보다는 문화유산을 많이 신청하고 있으며 자연유산 보호에는 많은 재원과 보존관리의 난이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감안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X. 국내에서의 세계유산보호사업

  국내에서의 세계유산보호 및 진흥은 여러 국공립 및 민간기구가 관련되어 있다. 세계유산협약의 가입국으로서 국제협약의 이행의무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는 문화재청이 국내 정책의 총괄 기획 및 조정의 책임을 지고 있으며 세계유산이 소재한 지자체는 지역에서의 보존관리계획의 수립, 이행, 관리 책임을 진다. 아직까지 한국은 세계유산 업무의 지방이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들은 지방 도 차원 혹은 도시 차원에서 직접 책임을 지는 정책 이양이 이뤄져 있다. 일본의 경우 세계유산지자체 단체장간의 연례모임을 갖고 보호와 관련된 정보의 교환, 정책조율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유산사업의 대 유네스코 및 회원국가간의 협력사업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외교통상부(유네스코상주대표부)로 이원화 되어 있다. 이는 유네스코가 다른 유엔기구와 달리 상주대표부와 유네스코국가위원회라는 2개의 별도 조직망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적협력사업을 주 업무로 하여 세계유산사업에 대한 본질적이고 기본 학술적인 교류사업에 치중하고 있고 반면, 외교통상부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및 책임과 관련된 업무(유산기금의 납부, 협약문의 개정, 대표단의 구성, 신청과 관련된 연락 및 조정 등)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제출하는 모든 세계유산 신청서는 문화재청이 지자체 및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협력하여 작성하고 이를 외교통상부를 경유하여 WHCentre에 제출하고 있다. 또한 외교통상부는 WHCommittee가 협약과 관련된 위원회이기 때문에 한국의 공식의견 조율, 대변하고 있다.

   민간단체에서의 세계유산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1999년 고 병익 박사 등 개인 및 단체회원으로 구성된 ICOMOS-Korea를 구성하였으며 이 단체는 현재 세계유산사업과 관련된 국내유일의 전문 학술 및 연구, 국제활동을 전개하는 단체로 성장해 가고 있다.   
   
X. 북한 고구려고분 등재와 관련된 중요 쟁점

X-1. 공동등재 권고

   ICOMOS는 북한 고분에 대해 중국의 유사 유적과 함께 북한, 중국이 공동등재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공동등재는 지난 1979년 미국과 캐나다가 알라스카 접경지역에 있는 국립공원을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까지 모두 11건이 공동등재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대부분 공동으로 등재할 수밖에 없는 자연유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순수 문화유산은 지금까지 2건에 불과하다.

    표. 국가간 공동등재 현황

   전체 754개의 유산 중 1.2%에 불과한 11개 유산만이 공동등재 되었다는 사실에서 공동등재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더더욱 문화유산은 2개의 실적밖에 없음을 감안해 볼 때, 이는 현실성이 결여된 권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WHCentre와 WHCommittee는 유사 성격의 유산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동등재를 권고해 왔지만 해당 국가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혹은 독자적으로 등재신청을 주장할 경우 개별 등재를 주요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국가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사례가 다수 있는데 최근 2001년 헝가리에서 개최된 제26차 WHCommittee 회의에서 헝가리가 신청한 토카즈 포도밭 경관지구에 대해 인접 슬로바키아도 자국내 영토를 포함하여 이를 공동으로 등재요청 하였으나 헝가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1993년 스페인이 등재시킨 일명 순례자의 루트 유산에 대해 프랑스는 독자적으로 자국내 이 역사종교적인 루트의 연장선을 지정하고 1998년 스페인과의 공동등재가 아닌 독자적인 유산으로 등재시킨 선례가 있다. 1998년 당시, WHCommittee에서 스페인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재신청하는 것이 논의되었으나 프랑스와 스페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프랑스/스페인의 경우는 이번 문제가 된 북한, 중국간의 쟁점에 가장 근접한 유일한 예라고 할 수 있다.

X-2. 역사 주권과 영토 주권

   시대의 변천과 함께 문명 발생국이 소멸하고, 그 역사의 주인공과 현재 영토의 주인공이 상이한 경우가 있다. 소위, 역사 주권과 영토 주권이 상이할 지라도 세계유산등재는 현 영토 소유 국가가 언제라도 등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례로 스페인은 회교문화유산인 코르도바를 1984년에 등재했으며 2000년에는 Lugo 로마 성벽을 등재시켰다. 이러한 예는 파키스탄, 인디아에서 모두 불교유적과 관련된 유산을 등재하였으며 남미지역 또한 동일 문화권의 유산을 각기 독립적으로 등재시켜 오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지역의 넓은 지역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던 고구려의 유적도 현행 세계유산 등재 동향과 선례를 살펴본다면 중국과 북한이 개별적으로 등재 신청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안이다. 이는 현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이 문화유산의 보편주의 universalism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 어느 종족이 창조하였더라도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라면 이를 공동으로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기본 정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국토에 있는 외래문화의 유산도 미적, 역사적, 문화교류사적으로 중요성이 있을 경우, 이 또한 우리의 유산,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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